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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염? 충수염? 오해와 진실

by Netter Hase 2022. 9. 16.

안녕하세요. 야자 짼 토끼입니다. 

 

오늘은 흔히 맹장염이라고도 불리는 충수염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충수염이란?

  우선은 맹장(cecum)과 충수(충수돌기, appendix)의 차이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맹장은 오른쪽 아랫배 대장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수는 이 맹장 끝 부위, 즉 말단에 붙어있는 6~10cm 길이의 구조물입니다.

  바로 이 충수에 염증이 생긴 질환을 충수염(appendicitis)이라고 하며, 맹장염은 의학적으로 잘못된 명칭입니다.

 

 

충수염의 증상은?

  보통은 심한 우측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와서 CT를 찍은 후에 충수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초기에는 속이 체한 듯이 명치 쪽이 불편하다가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내려오고 점점 심해지는 통증이 특징적이나 사람에 따라서 통증의 정도나 양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문진 및 신체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경우에는 추가로 초음파나 CT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됩니다.

 

 

충수염의 진단과 검사는?

  진단은 문진과 신체검사, 혈액검사, 영상학적 검사 등을 통해 시행하게 됩니다. 신체검사에서는 오른쪽 아랫배 압통(눌렀을 때 느껴지는 통증)이 특징적이며 혈액검사에서는 염증으로 인해 백혈구 수치나 염증 수치가 오를 수 있습니다. 영상학적 검사로는 CT 검사를 가장 많이 하게 되는데, 임산부의 경우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MRI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정확도는 다소 낮지만, 소아에서는 초음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검사에서 충수염이 의심되는 경우 수술을 하게 됩니다. 

 

 

충수염의 치료는?

  충수염으로 진단이 될 때 가장 많이 걱정하시는 부분이 수술입니다. 충수염에서 표준적 치료는 수술을 통해 원인이 되는 충수를 절제하여 제거하는 것입니다. 항생제를 포함한 내과적 치료로는 충수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하며, 충수염이 악화되어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 복막염으로 진행되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부분 응급으로 수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주로 복강경을 통해 복부에 1~2cm 정도 크기의 구멍을 2~3개 뚫어서 수술을 시행하며, 염증이 심하거나 이전에 수술받았던 과거력이 있어 복강 내 유착(서로 들러붙어 있는 경우)이 심하면 개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수술은 충수만 절제하는 충수절제술(appendectomy)을 시행할 수도 있고 염증이 맹장, 즉 대장의 일부까지 퍼진 경우에는 함께 절제하는 쐐기형 맹장 절제술(cecal wedge resection)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CT 소견만으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며 수술장에서 수술 범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수술의 난이도는 수술 중에서는 어려운 편은 아니나 충수의 위치나 염증의 정도에 따라 수술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수술 후 배 속에 배액관(튜브)을 꽂고 수술을 종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액관은 적절한 시기에 제거하게 되며 간혹 배액관으로 인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제거 후 통증은 바로 사라집니다.

  수술의 합병증으로는 통증, 감염, 출혈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장폐색, 장마비, 장천공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대개 1~2일 후부터는 식사를 조금씩 진행하게 되며 그 후에도 특이 합병증이 없는 경우 퇴원하게 됩니다. 실밥은 보통 수술 후 일주일 정도 후에 제거하게 됩니다. 수술 범위가 크거나 염증이 심해 수술 후 장마비가 오는 경우에는 식사를 시작하는 시기를 늦추고 입원 기간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충수염이 심해서 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환자의 증상이나 CT 소견을 통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게 되는데 응급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고, 염증이 너무 심하면 바로 수술을 시행할 시 수술 범위가 넓어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항생제를 먼저 써서 염증을 가라앉힌 다음 수술을 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충수 주변으로 고름집이 생긴 경우 수술 전에 국소마취 후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삽입하여 고름을 빼는 시술을 하고 며칠 후에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충수염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충수염 통증,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통증 부위가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충수의 위치는 남녀 모두 오른쪽 아랫배에 있으며 남녀 모두 우측 아랫배에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임산부의 경우에는 임신 말기나 임신 후반기에 충수가 밀려서 통증의 위치는 변할 수 있습니다. 간혹 배 속의 모든 장기가 좌우가 바뀌어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 경우를 전내장 역위(situs inversus totalis)라고 하며 충수도 왼쪽 아랫배에 위치하여 진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위증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에 의료진에게 알려줌으로써 오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충수염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다?

  대다수의 분들이 충수염 수술은 '간단한 수술', '별것 아닌 수술'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간단한 수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충수 제거술이 외과 수술 중에서는 많이 시행하며 난이도가 높은 수술은 아니나 충수의 위치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며 특히 대장의 뒤쪽으로 숨어 있는 경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염증이 심하고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수술 기구 및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하지만, 개복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임산부는 충수염 수술을 못 한다?

  충수염은 임신 중 시행하는 외과 응급 수술 중에 가장 흔한 수술 중 하나입니다. 발생빈도는 분만 수 1,500명에서 1,700명당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로 임신 2분기에 많이 발생합니다. 충수염의 초기 증상은 비임신 환자와 유사하며 오심, 구토, 복통 등은 임신 후기의 흔한 증상이므로, 이로 인한 오진을 줄이기 위해 충수염이 의심되는 경우 초음파 검사나 MRI를 통해 진단하게 됩니다. 수술은 임상 소견 및 영상 결과를 종합한 임상적 판단을 기반으로 결정하며, 임신 중 충수염이 터질 경우 조기 양막 파수, 조기 진통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마취제는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한 것으로 밝혀져 안전하게 전신마취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 중 자궁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이 과하다면 조산이 유발될 수 있지만, 최근 수술 술기 및 복강경 수술의 발전으로 산모에게 가해지는 수술 자체의 악영향은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최근 미국 위장관 내시경 외과학회에서 200여 편의 최신 국제 논문을 분석하여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임신 중에 보다 적극적으로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즉, 임신 그 자체가 복강경 수술을 피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하였으며, 어떠한 임신기간이라도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을 가중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신 중 충수염으로 진단되는 경우 가능한 신속하게 수술을 받는 것이 산모와 태아를 위한 치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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